클립번호|시작시간|끝시간|대본
1|00:00:00,000|00:00:04,410|"저게 뭐야! 염소가 왜 마당에 들어와!"
2|00:00:04,410|00:00:09,370|윤씨부인의 비명에 온 집안이 뛰쳐나왔습니다
3|00:00:09,370|00:00:22,450|메에에 울어대는 염소 백마리가 장독대를 밀치며 마당을 가득 뒤덮고 있었고, 그 고삐를 꽉 쥔 건 땀범벅이 된 열두 살짜리 며느리였지요
4|00:00:22,450|00:00:26,370|"이 짐승들을 대체 어디서 끌고 왔어!"
5|00:00:26,370|00:00:31,180|한 영감이 소리치다가 얼굴이 확 굳었습니다
6|00:00:31,180|00:00:32,890|"설마
7|00:00:32,890|00:00:35,290|내 은전!"
8|00:00:35,290|00:00:40,730|곳간으로 달려간 한 영감의 비명이 골짜기를 울렸지요
9|00:00:40,730|00:00:45,050|"없다! 내 은전이 몽땅 없어!"
10|00:00:45,050|00:00:54,340|빈 보자기를 움켜쥐고 마당으로 비틀거리며 나온 한 영감이 염소 떼를 가리키며 울부짖었습니다
11|00:00:54,340|00:01:01,570|"내 평생이! 꿀 팔아 한 닢 한 닢 모은 내 평생이 저 짐승들이란 말이냐!"
12|00:01:01,570|00:01:07,220|한 영감의 무릎이 꺾이며 마당 흙바닥에 주저앉았지요
13|00:01:07,220|00:01:11,170|윤씨가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습니다
14|00:01:11,170|00:01:17,850|"콩 세 가마니나 주고 며느리로 데려왔더니 도둑년이었어! 도둑년!"
15|00:01:17,850|00:01:23,060|소동을 듣고 담 너머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 혀를 찼지요
16|00:01:23,060|00:01:26,520|"염소라니, 하필 염소야
17|00:01:26,520|00:01:31,280|산에 풀면 나무껍질까지 벗겨 먹는 놈들인데."
18|00:01:31,280|00:01:34,790|옆에서 누군가 맞장구쳤습니다
19|00:01:34,790|00:01:36,630|"미쳤어
20|00:01:36,630|00:01:40,320|열두 살짜리가 완전히 돌았어."
21|00:01:40,320|00:01:44,920|"당장 물러 와라! 못 무르면 관가에 넘긴다!"
22|00:01:44,920|00:01:50,770|한 영감의 호통에도 열두 살 며느리는 고삐를 놓지 않았습니다
23|00:01:50,770|00:01:57,040|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넙죽 엎드려 딱 한마디만 되풀이했지요
24|00:01:57,040|00:01:59,790|"스무 날만 기다려 주세요
25|00:01:59,790|00:02:02,170|스무 날이면 됩니다."
26|00:02:02,170|00:02:05,080|윤씨가 코웃음을 쳤지요
27|00:02:05,080|00:02:11,900|"뭐? 도둑질해 놓고 스무 날을 기다리라고? 이것이 끝까지!"
28|00:02:11,900|00:02:13,840|"기다려 보게."
29|00:02:13,840|00:02:17,360|한 영감이 무겁게 입을 열었습니다
30|00:02:17,360|00:02:19,090|"스무 날
31|00:02:19,090|00:02:21,370|딱 스무 날이다
32|00:02:21,370|00:02:27,390|그때까지 저 염소들을 처리하지 못하면, 너를 관아에 넘기겠다."
33|00:02:27,390|00:02:30,680|마당에 무거운 침묵이 내렸지요
34|00:02:30,680|00:02:39,460|온 마을이 미쳤다, 도둑이다 수군거리는데 이 아이는 엎드린 채 고개 하나 들지 않았습니다
35|00:02:39,460|00:02:44,080|염소 고삐를 쥔 손만 하얗게 질려 있었지요
36|00:02:44,080|00:02:58,990|이 아이는 왜 시아버지가 평생 모은 돈을 통째로 꺼내 염소를 산 걸까요? 호통에도 놓지 않은 염소 백마리와 스무 날 거기엔 대체 어떤 속셈이 숨어 있는 걸까요?
